본문 바로가기

도서

Book Review #01 : 자신으로의 길을 가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초상화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요즘은 그냥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책이나 읽는게 끝이다.

  학기 중엔 과제다 뭐다 해서 제대로 책을 읽은 적도 없어, 쌓인 독서를 1월달부터 해오고 있었다..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데미안'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소설이다.

 나도 군대에 있을 때 한번 읽어보았지만, 그때는 소설이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몰라 페이지만 휙휙 넘기고 덮어버렸지만,

 스물 다섯살 시점에서 다시 펼쳐본 '데미안'은 처음 읽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내 마음속에 와닿았다.

 싱클레어도, 데미안도, 모두 나였다.


민음사의 44번째 세계문학전집 ~ 데미안 ~

  민음사 세계문학라인을 좋아하는 나로써, 도서의 디자인은 흠잡을데가 없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

  같은 출판사의 헤르만 헤세 작품인 '수레바퀴 아래서'와 '싯다르타'도 가지고 있지만, 디자인에 있어서 '데미안' 만큼 고    전적인 느낌을 주진 않는다... (구리다는 말 아님)

  하얀표지를 기본으로 삼고 있는 민음사 세계문학라인은, 깔끔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관리를 부실하게 하면, 금방 때가 타서 더러워진다는 흠이 있지만, 클래식한 느낌을 극대화하고 있으니 그 흠조차

  상관이 없어진다. 개인적으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디자인을 구상한 이에게 상을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ㅋㅋ

 

표지를 넘기면

 책날개에는 작가와 옮긴이의 약력이 쓰여있다.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의 장점은, 별다른 자켓이 딸려나오지 않는점... 옆동네 출판사의 세계문학라인은 항상 자켓이 딸   려 있어, 가방에 넣을 때 잘못하면 커버 전체가 찢어지거나 찌그러져서 별로... 

 

목차

 차례. 

 데미안은 총 8개의 파트로 나눠져 있지만, 250쪽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소설이다. 

 대충 30쪽씩 읽으면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데, 꽤나 빨리 읽힌다.

 '배아트리체'와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편이 가장 인상깊었다. 마지막 '종말의 시작' 부분도.

 신을 위한 예배를 드린다면, 악마를 위한 예배도 드려야 한다는 데미안. 좋은 뜻을 가진 착상들을 몰아내고 그걸 이리   저리 도덕화해서 해롭게 하지 말라는 피스토리우스. 이들은 다른 인물이지만, 소설을 읽으면 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모   두 일맥상통한다.

 인간은 모두,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자신이 '자신 속'에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리고 그   런 '자신'을 끌어내고 진정한 자신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싱클레어의 열등감이자, 영원한 목표로 표상되는 데미안은 작품 마지막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럴 때 네가 나를 부르면 이제 나는 그렇게 거칠게 말을 타고, 혹은 기차를 타고 달려오지 못해. 그럴 때 넌 네 자신 안   으로 귀기울여야 해. 그러면 알아차릴 거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도서 맨 뒤 책날개에 쓰인 글

출판사에서 전집을 펴낼 때면, 항상 이렇게 전집을 펴내는 출판사의 마음가짐.. 같은 글귀가 적혀있다.

고전을 현대로 옮기는 이들의 포부를 볼 수 있다. 

작품을 다 읽고 책날개의 글귀를 읽으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단순히 외국의 글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 아닌, 당당히 우리의 문학으로 승화시켜 독자들에게 선보이고자 하는 민음사 편집자님들께 경의의 표시를... 

 

세계문학을 읽고, 독자가 문학으로 가까워지는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새삼 새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약방의 감초같은 장치라고 느껴졌다. 

 

도서의 후면

민음사 세계문학도서의 뒷면은 꽤나 많은 글이 적혀 있다.

작품의 개괄적인 스토리를 친절히 설명해주는데... 사실 이런 친절함이 양날의 검과도 같다...

데미안 뿐아니라, 같은 전집 내에 있는 다른 도서들을 읽을 때, 뒷면을 다 읽으면 예기치 못한 스포일러를 당한다.

작품의 줄거리나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미리 접하고 책을 읽는 것은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기여를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걸 원치 않는 사람이 무심결에 뒷면을 읽었다가 스포일러를 당하면... 그 충격은 꽤 신선하다.

 

민음사 세계문학을 좋아하는 나로써, 뜻하지 않은 스포일러를 당했던 적이 비일비재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뒷면에는 작품에 대한 유명작가의 추천사라던가, 비평문의 핵심문장 몇 개를 추려 실어놓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ㅎㅎ;;

다른 작품이 아니고, 굳이 이 작품을 읽어야 하는 강력한 이유를, 유명 비평가나 작가의 말을 빌려 어필한다면 독자들에게 더욱 와닿을텐데... 

 

라는 생각을 해본다.


 마음의 울림을 애써 억누르려는 자들을 위한 바이블

 

 탁월한 번역가 섭외의 좋은 예시

 

 '데미안'을 '작품'의 관점에서 리뷰해보자면, 마음의 벽에 둘러싸여 자신의 잠재된 힘을 발산해내지 못하는, 알에서 깨어나오지 못하는 새와 같은 사람들이, 요즘은 많다. 우리 모두는 남들이 '스탠다드'라고 생각해놓은, 누군가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마치 어떠한 권위가 지정해놓은 듯 비슷한 생각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그 속에 '자신'은 없다. 작품의 말을 빌리자면, 현대인들은 공동체 속에서 소멸된 채 '알'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보장된 선의 세계 속에서 살고자 노력했던 어린 싱클레어의 모습은, 마음 속으로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온갖 도덕적 잣대를 휘두르며, 자신을 난자하며 애써 영혼의 소리를 무시한 채 공동체 속으로 소멸하려는 현대인들의 초상화와도 같다. 영혼의 소리에 집중하면 자신을 볼 수 있을거라던 데미안의 말은, 마음의 벽에 둘러싸인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용기의 숨결을 불어주는 듯하다. 

 

 '데미안'을 '도서'의 관점에서 리뷰해본다면, 굉장히 잘 꾸며졌다고 평하고 싶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민음사 세계문학라인을 두고 하는 말임을 알 수 있다. ㅋㅋ;; 하얀색 배경에 간단한 사진. 그리고 적당한 사이즈의 제목. 흰 배경은 아무것도 꾸며놓지 않음으로써 디자인의 역할을 완벽히 해내고 있다. '클래식'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 지, 민음사 편집자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한 옮긴이를 잘 섭외했다고 말하고 싶다. '데미안' 작품을 읽으면서 투박하고 딱딱 끊어지는 어투가 거슬렸다. 읽는데 방해가 되는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매끄러운 한국어 문장이라고 하기엔 조금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이후 '작품소개'에서 그에 대한 옮긴이의 설명을 읽고 난 뒤론, 역시 번역가는 독자가 생각하는 영역 너머를 바라본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원문에 밀착'하고자 했던 옮긴이의 의도는 확실히 성공했다. 독일인들이 독일어로된 데미안을 읽는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걸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원어(독일어)가 가진 치열함을 외국어(한국어)로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